기억속의 게시판입니다. 새글은 자유게시판에 써 주세요.

제목	나의 소개팅 #2 1998/12/01 (06:32)
이름	김효원
번호	1078
조회	1569
본문	사실 2번째랑 3번째는, 순서가 헷갈린다. 동문 후배가 시켜줬다. 자기가 수업을 같이 듣는 후배라고.. 수업하느 사람들과 같이 술마시다가, 술김에 소개팅 시켜준다고 했는데, 나도 농담처럼 소개팅 시켜준다고 했더니, 바로 주선했다. 약간은 당황했다. 사실, 나도 소개팅을 찾아다니면서 하고싶은 생각도 없고, 그냥 내뱃는 말로 하고싶다고 했는데, 약속을 잡아서 연락하다니.. 그래도, 편했던건 그 여자가 우리학교 불문인지, 불어교육인지 (아니 독일어였나.) 하여튼.그래서, 학교 근처 녹두거리(즉, 우리집 근처)에서 만남을 가졌으니까,,, 이름은 모르지만, 지금도 찾아갈수 있는 커피숍이었다. 후배는 일찍 가고,,, 이름도 잘 모르는 이상한 밥을 먹고, (녹두에고 이런걸 파는 집이 있다.)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걘 재수한 97이었는데, 그때 내가 3학년이었으니까. 걔는 1학년이었지만, 재수했다는 사실에서 동기들을 약간 깔보는 듯했고, 그에서 좀더 발전해서, 스스로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있는듯 했다. 물론 나도 스스로에 대한 필요이상의 확신이 있지만, 나의 좁은 소견으로는, 걔는 자격미달인듯 했다. 아직까지 확신을 가질만하지 않은데, 아마 재수하면서 그런 생각을 가진것 같았다. 웬지, 그냥 내 얘기가 하기 귀찮았다. 괜히 나왔다는 생각에, 집에 가고 싶었다. (이건 누구와 소개팅을 해도 항상 그랬다..) 괜한 핑계를 댔다. 9시쯤 되어서, 학교에 다시 가봐야 된다고, 전산실에 문제가 좀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 (사실, 난 자주한다...) 걔도 과에서 군대가는 사람 환송회하는데 가봐야된다고 그랬다. 우린 헤어졌고, 난 집에 와서 TV나 보면서, 집에 온걸 너무나 행복해 하고 있었다. 예의상 한번 연락은 했는데, 대뜸 수요일날 시간이 있다고 만나서 점심을 같이 먹자고 그랬다. 그때도 다른 핑계를 댔는지, 다시 연락하겠다고 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이후로 한번도 연락을 안 했고, 연락도 오지 않았다. 얼마전에 도서관 매점에서 친구들이랑 뭐 사먹다가 봐서 저 아이랑 소개팅 했다고 그러니까. 다들 가까이 가서 보고 오더니만... 외모는 잘 모르겠다. 날 만났을때보다는 많이 예뻐진것도 같던데. (이건 칭찬인지, 욕인지..나도 모름) CC가 된것 같다...학교에서 가끔 보긴 하는데, 딱 한번 눈이 마주쳤는데, 거의 벌레씹은 듯한 표정을 하고 있어서, 다시는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돌아다니면서, 내가 사람들을 잘 보고 다니니까, 그 아이의 시야에 내가 나타나지 않도록 피하기도 한다.

1998 by swindl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