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고 가슴이 따뜻해지는 글

제목	첫키스 1998/10/17 (12:00)
이름	김효원
번호	111
조회	2228
본문	------------------------------------------------------------------------------ 『익명 게시판 (go ISJOINT)』 [3877] 제목 : 첫키스 이야기. 올린시각 : 98/10/16 02:58    읽음 :  33  관련자료 없음 ------------------------------------------------------------------------------ "나 소개팅좀 시켜줄래?" 그 녀석이 나에게 이런 부탁을 한 것은 지난 겨울이었다. 그녀석은 여자아이지만 남자인 나하고 남자대 남자 또는 여자대 여자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친한 친구로 지내왔다. "민성아. 남녀간의 우정이 존재할 수 없다고?   그럼 너랑 난 존재하지 않는거야?" "-_-;" 이 아이의 이름은 차현정. 우리는 고등학교 동창이다. 고등학교 때 부터 우리는 좋은 친구로 지내왔고 서로 만나는 이성친구에 대한 상담역을 해주기도 했었다. 이녀석은 제법 예쁜 편이어서 남자들에게 인기도 좋았다. 심지어는 중학교 졸업앨범을 입수한 남자들에게서 오는 전화때문에 전화번호를 바꾸기까지 했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고3 때 학원에 갔다가 집에 오는 길에 공원에서 웬 남자하고 실랑이를 벌이고있는 그녀석을 발견했다. "이것봐요! 난 사귀는 사람 있다고 그랬잖아요!" 사귀는 사람이 있긴...너 솔론거 내가 아는데... 가증스러운것!-_-+ "거 정말 치사하게 나오네. 남자친구가 있건없건 시간좀 내달라니깐!" "아 진짜 귀찮게하네! 저리 못비켜...엉?" 순간 현정이녀석과 나의 눈이 마주쳤고 나는 순간 앞으로 나에게 닥칠 끔찍한 일을 예감할 수 있었다.-_-; "민성아아~!" 아니 이뇬이 왜 일루 달려오는거지? 으 씨 이거 큰일났다. 저자식 정말 성질 더럽게 생겼는데... 그 꼴을 본 그 남자의 표정이 말짱해쓸리가 없다. "이것봐요! 여기 내 남자친구 있잖아욧!" 이러면서 이번에는 팔장까지 끼네... 나 이것참... '야 임마! 이거 못 놔! 나 저런 새끼한테 맞아죽기 싫어!!!' '가만히 좀 있어봐! 나도 저남자 싫어 죽겠어!' "당신이 쟤 남자친구야?" 아 제기랄...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하나... 예스라고 해야하나 노라고 해야하나... '야! 너 저번에 나한테 꿔간 2만원 아직 안갚았지!' 윽...치사하게 약점을 물고늘어지다니 이뇬이...-_-; 흑흑...하는 수 없다...이미 다음 달 용돈까지 가불해서 당구비로 날려먹은 터...죽을 때 죽더라도 일단 상황 해결이나 하자. 나는 그 남자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제기랄 실은 좌우로 흔들고싶었단말야!) 그러면서 나는 가증스럽게도 승자의 미소와같은 야릇한 웃음을 그에게 내보였다.(그러면서 다리는 덜덜 떨렸지 빌어먹을...-_-;) "그래 알았다. 내가 물러나도록하지." 오오~짜식 생긴거답지않게 포기가 빠르군~! 잘생각했어 그게 너좋고 나 좋은거야 새꺄! 캬하하하하하하! 그녀석은 나와 현정뇬을 한번씩 갈궈보더니 가방을 안쪽 어깨에 둘러메고 유유히 사라져갔다. "휴~!(지옥에 다녀온 이의 안도의 한숨)야 임마! 너 무슨 짓이야! 나 죽는 꼴 보고싶어?" "응." "-_-;" "잘했어 꼬봉~. 2만원중에 오천원은 받은걸로 하지." "윽! 치사하게 만원도 아니고 오천원이 뭐냐!" "헤~? 그럼 2만원 다 줄래?" "알았습니다 누님...-_-;" 이 웬수같은것은 굉장히 쪼잔스럽기까지했다. 매점에서 빵을 사먹을 때 한 입 달라고하면 꼭 크림 안든 쪽을 떼어주고, 월드콘 먹을 때 한 입 달라구 하면 다 먹고 밑에 다녹은 초컬릿만 남겨줬다. 그럴때면 나는 뻑뻑한 빵과 초코시럽을 먹으며 내가 언젠가는 네 앞에서 너구리 먹다가 다시마만 건져주마하며 복수를 결심하곤했다. 사건은 나흘 후에 터졌다. 그 날 나는 학원에 안가는 날이라 야간 자율학습을 마치고 10시가 되어 집에 가는 중이었다. 우리 집은 아파트라 상가들이 많은데 우리 집에 가려면 한 상가 건물 뒤의 어두운 곳을 지나야한다. 그 날도 거길 지나가는데 웬 얼굴 커다란 왕대가리들 다섯 명이 내 앞을 가로막는 것이었다. 윽~! 빌어먹을! 삥 뜯는 새끼들인가보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본능적으로 빙빙 돌아가던 내 머리는 책상 위에 두고 온 내 지갑을 생각해냈다. 젠장! "니이름이 하민성 맞냐?" 오잉? 깡패 색히들이 내 이름을 어떻게 알지? 난 그렇게 말한 녀석의 얼굴을 올려다봤다. 게엑~ 그자식은 며칠 전에 현정이를 괴롭히던 바로 그놈이었다. 제기랄 난 이제 죽었구나. "네가 차현정이 남자친구라면서?" 으 빌어먹을...이걸 어찌한다. 난 웃음으로 무마해보려했다. "^____________^씨익~ 아 그게요~" "퍼억~!" 켁! '전 실은 남자친구가 아니라 친구 인 남자요~'라고 말하려는 찰나 그자식의 바윗덩어리만한 주먹이 내 왼쪽 눈을 밤탱이로 만들어버렸다. 그 날 난 다섯명에게 죽도록 맞을뻔하다가 근처에서 담배 피면서 농땡이치던 UDT (우리동네 특공대, 방위또는 공익근무요원이라고도 함.) 와 의경들의 구원으로 인해 전치 1개월로 끝날 수 있었다.-_-; 그 중 일주일은 병원에 누워 있어야 했다.젠장...-_-;어느 날은 이뇬이 병문안을 왔다. (매우 슬픈 표정을 지으며)"민성아 괜찮아?" (애써 거짓 웃음을 지어보이며-_-;)"응 당연히 괜찮지. (괜찮긴 모가 괜찮냐! 너때메 나 죽을뻔 했다 이뇬아! 흑흑흑~~~!)" (씨익 웃으며)"그래. 그럼 다행이다. 대신 그 2만원 다 받은걸로 할게, 뽀하하~*^^*" (-_-;)"졸라리게 고맙다.-_-;" 그 뒤 그녀석과 현정뇬은 어떻게 되었냐고? 그 녀석은 질기게 그뇬을 따라다니다가 그 뇬이 그렇게 쪼잔한 인간임을 알아채고서 정떨어져 포기했다는 말이 전설처럼 전해져온다. 우리는 수능을 보고 다행스럽게도 둘 다 대학에 진학하였다. "너 요새 미팅은 많이 하냐?" "응 여대라서 그런지 미팅은 자주 들어와." "그럼 괜찮은 사내놈 하나 찾았어?" "그게...난 사실 남자들이 대체로 맘에 들었거든? 근데 이 인간들이 처음에는 내가 이뻐서인지 (으...저 공주병 그나마 안이뻤으면 내가 니 면상을 확 긁어놓았다!) 다 나랑 파트너 하려는 눈치인데. 각자 흩어져 두세시간 논 후에는 빨리 집에 가야된다고 가서 애프터도 안해." "-_-;(당연하지 나같아도 너처럼 깨는 뇬한테 두 번 다시 연락 안해-_-;)" 이 뇬은 정말 공주병 그 자체였다. 거울 앞에서 한시간동안 드라이 하고 해서 망가져버린 머릿결 때문에 며칠 굶어가며 미용실 가서 새로 머리를 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나랑 같이 강남역에 영화라도 보러 갈 때면 남들이 애인 사이로 오해한다면서 1.2미터 떨어져 걸으라고하고, 어떤 때는 길거리 쇼윈도 앞에서 계속서있길래 '뭐 사려구?'하면 '아니 저기 비친 내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서~'라는 닭살 돋는 소리까지 해댄 적도 있다. "민성아 너랑 나는 좋은 친구야 그렇지?" "(하하...너랑 내가 친구냐? 양반과 노비 사이지-_-;) 그...그래...-_-;" 하지만 나는 그녀석을 좋아한다. 얄밉긴 하지만 예쁘고 귀여운 그녀석과 있을 때면 다른 여자들과 함께는 느끼지 못하는 즐거움과 행복이 느껴진다.그런데 바보같은 나는 아직 그런 마음을 녀석에게 전하지 못했다. 녀석은 나를 정말 좋은 친구로 대했기 때문에. 그래서 한동안 녀석 없이 친구들과 노래방에 가면 내 애창곡은 '사랑과 우정 사이'또는 '친구와 연인'이었다. 그런 그녀석이 지난 겨울 나에게 소개팅을 부탁한 이후 근 반년간을 계속 졸라댔다. "민성아~소개티잉~~~" "우씨 잠좀자자! 새벽 4신데 왜 전화질이야!" "민성아~!" "우리 민성이 자는데." "죄송합니다." "민성이니?" "소개팅 시켜달라구?" "민성아~" "으아악~!!!" 정말 반년동안 잠을 제대로 못자서인지 몸무게도 5키로나 빠졌다. -_-; 그뇬의 소개팅팅팅~ 불러대는 노래 때문에 이제는 환청까지 들린다. "민성아아아~" "끄아악~!" "하민성군! 수업시간에 웬 괴성입니까! 내 수업이 그렇게 듣기 싫으면  D 줄테니 당장 나가욧!" "아니 교수님 그게 아니라...-_-;" 아 정말 그노메 소개팅 소리... 이젠 소개팅의 소자만 들어도 학을 뗀다...-_-; 이번 여름에 들어오면서 전에 이런 일이 있었다. 대학에 들어와 든 어떤 모임에서 알게 된 혁수라는 친구랑 술을 마셨다. 이녀석은 전문대에 다니는데 그 때문에 가지고있는 컴플랙스가 굉장했다. 대체로 다른 애들은 나름대로 자부심을 가지고있던데 이녀석은 여자들이 전문대생이라는 이유로 자기를 멸시한다며 울기까지할 정도로 심각했다. 난 내 친구들이 학교 이름때문에 남들에게 무시당하는걸 알면 이성을 잃고 화를내곤 한다. 빌어먹을것들 지들이 잘났으면 얼마나 잘나서... 한 번은 어떤 여자아이가 술자리에서 "전문대생들 난 우습게 보여. 걔들은 고등학교 때 학생의 본분에 충실하지 않았다는 얘기잖아." 이래서 그 계집애의 따귀를 때리고 나와버린 적도 있었다. 그런데 이 혁수라는 녀석을 보면 성격 좋고 외모도 괜찮은데 스스로가 가진 컴플렉스가 문제인 듯 했다. 그런데 마침 현정이뇬이 생각나서 둘이 사귀진 않더라도 한 번 만나보게 하자는 생각이 든 것이다. 난 그뇬은 안그런 인간이라는걸 믿으니깐. 그래서 며칠후는 그 얘기를 하려고 현정이 그녀석을 커피숍에서 만나기로 했다. "왜보자고 했어?" "응 네가 기다리던거..." "소개팅 시켜주려는거구나?(헉...소개팅...이젠 지겨워...-_-;)" "으..응...^^;" 으 젠장 정말 소개팅의 소자만 들어도 얼굴에 경련이 일어난다.-_-; "어? 너 얼굴 왜그래? 근육이 땡기니?" "아냐 임마 신경 껏!-_-;" "그래 어떤 남자야?" "응, 얼굴도 잘생기고 성격도 좋고 키도 커." "우와~그럼 킹카겠네?" "뭐 나보다는 못하지만 그렇다고 해줄 수도 있지.음핫핫!" "니가 킹카면 나는 퀸카보다 더 멋진 여신이다! 오호호호호~!" "크헉!-_-;" "그 남자 학교는 어디야?" "응.OO전문대." "에이...전문대생이야? 그래도 넌 내 친군데  4년제 다니는 사람으로 해줘." 순간 굉장한 실망간과 함께 화가 머리 끝까지 차올랐다. "촤악~!"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녀석의 면상에 앞에 있던 물잔의 물을 끼얹었다. "너까지 그따위 소리를 하다니 정말 실망이다." 나는 몹시 화가 나 있었다. 현정이는 그런 나를 멍하니 한참을 바라보더니 울면서 나가버렸다. 난 내가 너무했다싶어 계산하고 서둘러 달려 나갔으나 녀석이 탄 버스는 벌써 출발해버렸다. 그 날 밤 미안하다는 말을 하려고 전화를 했다. "현정이니? 나야 민성이." "...." "야, 아까는 정말 미안했어." "...." "듣고있는거야?" "으아앙~" "-_-;" 녀석은 서럽게 목놓아 울었다. "딸칵~" "어라? 끊어버렸군...-_-;"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수화기를 내려놓았는지 통화를 할 수 없었다. 그 날 밤새 뜬눈으로 지냈다. 내가 너무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녀석을...남들은 잘 몰라도 그녀석이 얼마나 마음이 여린데... 제일 친한 친구라는 내가 울리다니... 아 젠장,젠장... 다음날 저녁에 전화가 왔다. "민성이니?" "누구시죠?" "나야 민아." "???" "너랑나랑 고3때 같은 반이었잖아!" "아~!" "잘있었어?" "물론" 이 아줌마가 웬 전화지? 졸업하고 한 번도 못만났는데... 이 녀석은 현정이하고 같은 대학에 가서 자주 만난다고 전에 현정이가 얘기했다. "너 현정이한테 너무한거 아니야?" "어? 니가 그걸 어떻게 알아... 이아줌마가 벌써 여기저기 소문 내고 다녔군-_-;(하룻 밤 사이에?-_-;)" "어제 밤에 현정이랑 통화해서 어떻게 된 얘긴지 다 알아." "응." "너 현정이를 그렇게 몰라? 걔가 겨우 그따위 소리를 진심으로 할 그런 애야?" "글쎄 나도 그게 좀 걸리긴 한데 그럼 어제  그 얘기를 한건 딴사람이었냐?" "너 정말 둔하구나?" "엉?" "멍청아! 현정이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뭐야 그러면서 감히 나한테 소개팅 노래를 부르며  괴롭혀왔단 말이야?-_-+" "바보...현정이가 좋아하는 사람은" "사람은?" "바.로.너.야.!" 쿠쿵~! 이게 무슨 얘기야! 그뇬이 나를 좋아했다니! 그것도 고등학교 2학년때부터 나를 좋아해왔다니! 세상에나 이런 일이! 그렇담 난 그녀석의 가슴에 엄청나게 큰 대못을 박은거잖아!멍청한 새끼! 너도 그녀석을 좋아하잖아!!! 전화를 할 틈도 없었다. 바로 녀석네 집으로 달려갔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현정이네 집은 단독주택지이다. 달려가면서 동네 개쉭(개새끼-_-;)들이 짖어대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 "딩동~!" "현정아!" "딩동딩동~!" "나좀 봐! 나와보란말야 임마!" 아무리 불러도 녀석은 나오지 않았다. "제길..." 스스로를 저주하며 대문 앞에서 고개를 떨구고있는데 뒤에서 누군가가나를 불렀다. "민성아..." 돌아보니 현정이가 우산을 들고 서있었다. 아마도 어딘가 혼자 다녀오는 모양이었다. "현정이 너 임마..." "어제 일은 잊었어 나 이젠 괜찮아." "웃기지 마!" "...." "이 바보...왜...왜 얘기하지 않았어..." 현정이의 어깨가 떨리고있는게 보였다. 나는 말을 이어갔다. "나도...나도 널 좋아한단말야!" 현정이가 우산을 놓쳤다. "민성아..." "바보같은 녀석..." 퍼붓는 빗속에서 나는 현정이 녀석과 입맞춤을 했다. 나는... 나의 첫사랑과의 첫키스를 드디어 하게 된거다. *************************************************************** Hitel 사이키델릭 heartily 님의 글을 한 번 퍼봤습니다. 앙증맞게 짧으면서도, 징한 동경이 배어있는 글인듯.. 싶네요 ^^ ------------------------------------------------------------------------------

1998 by swindler